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♥ 가족 - 강연호

 

 

♥ 가족 - 강연호

거실에 모인 잠이 깊다

이백 개가 넘는 채널이 있으니
끼니는 그것으로 족하다

리모컨은 묵주
채널을 돌릴 때마다
웅얼웅얼 경이 경을 불러 모은다

두 시에도 세 시에도 뉴스는
상자 속의 미궁을 미궁 같은 세상을
거기 놓친 실끝이 있기도 하다는 것을
알려줄 듯 말 듯 혼자 심각하다

휴일 오후가 불러온 낮잠
천근만근 무겁다

안방까지 가는 길도 천산북로다

 

 

가족, 내력이 깊은 흉터
저마다 세상이 곤하고 가려워
코를 골며 허벅지를 긁으며

잠 속의 잠 속의 잠 속의 잠
꿈 속의 꿈 속의 꿈 속의 꿈

잠의 겹상자
꿈의 겹상자

현관의 신발들은 뒤꿈치를 드는 법이 없다
집에서만큼은 이쪽저쪽 뒤집어지고
아무렇게나 나뒹굴어야 한다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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*** '마음속한줄' 에는 마음따뜻한 글들이 있습니다.
(플레이스토어에서 검색)

*** ‘가족’ - 강연호

https://bit.ly/32UsQIQ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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